스웨덴을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양자ㆍ다자대화를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스웨덴 의회(구 하원 의사당)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를 주제로 연설을 갖고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의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국민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적극적 평화를 새로운 평화 비전으로 제시했다면, 이날 연설에선 북한에 비핵화 의지를 대화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남북 국민 간 신뢰 ▶대화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 등 3대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신뢰’를 25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충돌과 핵무장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 남북이 경제공동체로 거듭나면 한반도는 동북아 평화를 촉진하고, 아시아가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함께 노력할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북한과 함께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남북이 함께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면 더 많은 가능성이 눈앞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며 “북한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신뢰하고, 대화 상대방을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의 전제 조건은 체제 유지와 안전보장이라는 점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한다.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이며 변할 수 없는 전제”라며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 한국 국민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한다”며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대화는 이미 여러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가 중단되고, 남북의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고 있다”며 “접경지역의 등대에 다시 불을 밝혀, 어민들이 안전하게 고기잡이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스웨덴의 비핵화 사례를 언급하며 “노벨평화상 수상자 알바 뮈르달 여사는 바로 이 자리에서 전세계 군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처음으로 선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은 개발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핵무기 보유를 포기했다”며 “스웨덴이 어느 국가보다 먼저 핵을 포기할 수 있었던 데는 인류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신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신뢰를 또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한 장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 연설한 곳이다.
스톡홀름=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