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교수 논란끝 폐막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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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는 30일 오전 참석하기로 했던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의 학술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쟁점과 전망'이라는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불참을 권유해서다. 이 때문에 행사장에선 주최 측과 참석자들 사이에 갈등이 일었다.

宋교수는 오전 9시30분 개회식에서 '한국 민주화운동, 과연 성공적이었는가'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시간 숙소인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 있었다. 사업회 측은 "宋교수가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적인 활동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자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한 학술단체협의회 안병욱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대신해 성명서를 낭독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이 송두율 선생의 기조 발제를 취소시킨 것은 잘못이며, 학문의 자유와 진리의 영역은 실정법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어 첫 발표를 맡았던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교수도 사업회가 宋교수의 참석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하며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발표자 중 한 사람이었던 손호철(서강대 정치학)교수는 "노동당 가입 사실 등을 숨김으로써 宋교수를 지지해 온 많은 지식인에게 실망을 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실정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기조연설을 취소시킨 것은 학문.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개인 성명을 발표했다.

행사가 엉망이 되자 사업회 측은 결국 宋교수에게 폐막 연설을 부탁하기로 결정했고, 宋교수는 4.19묘지에 참배한 뒤 오후 5시30분에 행사장으로 왔다.

宋교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연 뒤 '나의 통일 철학'을 주제로 3분가량 연설했다.

한편 "宋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황장엽(黃長燁)전 북한 노동당 비서도 이날 동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그는 그러나 宋교수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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