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위성1호 성공 주역 KAIST 임종태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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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임종태(任鐘泰.54) 소장은 30일 "지난 나흘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19분 국내 최초의 과학기술위성 1호와 11차례 시도 끝에 교신에 성공했던 순간은 평생 잊기 힘들다고 돌이켰다.

*** 우주 미아 될라 피말려

그의 지난달 29일 하루는 숨가빴던 순간의 연속이었다. 러시아 발사현장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온 시간이 이날 오전 11시. 위성과의 교신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KAIST로 달려가 오후 5시부터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오후 9시42분 10차 교신도 실패로 돌아갔다. 과학위성이 우주미아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에 피를 말리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25명 정도가 모인 지상국에서 신호수신 담당자가 '잡았다'고 외쳤습니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시도해 볼 것을 요구했죠. 그러자 이전보다 더 강한 신호가 잡혀 확실하게 우리 위성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현우 과학위성팀장이 '성공'을 선언했습니다. 모두가 얼싸안고 환호성을 올렸죠. 꿈만 같았습니다."

위성은 30일 오전 8시44분 재교신에 이어 전원을 켜고 끄는 과정을 반복해 보는 데도 성공해 완벽하게 과학위성 1호로 확인됐다. 위성은 앞으로 원자외선분광기 등 탑재체에 대한 '건강상태'를 점검한 뒤 4~6주 후 우주의 나이 분석 등 본격적인 연구활동에 들어간다.

任소장은 그동안의 교신실패 원인에 대해 "비콘(Becon)이라는 UHF 송신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콘은 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다음 '나 여기 있다'고 지상국으로 알려오는 장치. 비콘에 대한 네차례의 교신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연구팀은 백업통신인 2기가 대역의 S밴드 교신에 희망을 걸었다. 전방향으로 통신이 가능한 비콘에 비해 S밴드는 한쪽 방향으로만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어 교신에 애로를 겪었다.

"북미항공우주방위군(NORAD)에서 함께 발사된 6대의 위성과 2단 로켓 등 7대의 비행체가 2대, 3대, 2대 형태로 몰려다닌다고 전해왔습니다. 우리 위성이 네번째로 분리됐기 때문에 중간 3대 그룹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결국 처음 2대 그룹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서리(Surrey)대학에서 29일 오후 10시쯤 자국 위성 3기에 대한 궤도정보를 보내와 정확한 궤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아내 "남편과 교신 안돼"

任소장은 "위성발사가 실패로 결론날 경우 지난 5년간 고생해온 연구팀이 심한 마음고생을 겪는 것은 물론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며 "연구팀원들과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교신을 끝내고 오전 2시쯤 연구센터를 나선 任소장은 귀국 후 처음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의 전화 응답은 "남편과 교신이 안됩니다"였다고 한다.

대전=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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