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립 학교 '행복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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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국 정부가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반사회적 행동을 줄이기 위해 교육 과정에 '행복 수업'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행복 수업은 일단 영국 중서부 도시 맨체스터의 사우스타인사이트 지역을 비롯한 공립학교 두 곳의 11세 아동 2000여 명을 대상으로 내년 9월 시범 실시한다. 영국 교육부는 행복 수업이 미국에서처럼 성공을 거두면 공립학교 정규 교육 과정의 하나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 신문은 심리학계의 권위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마틴 셀리그먼 교수가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교사들에게 '행복 수업' 진행 훈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훈련 과정에는 학생들의 자부심을 높여 주고, 부정적 사고를 줄여 주며, 생각을 분명하게 나타내게 도와주는 인지행동 요법이 포함됐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 이 요법은 수업 능률을 올리고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향상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에는 심리치료에서 널리 쓰이는 역할극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아이들이 마음을 가라앉힐 때 쓸 수 있는 특수호흡법도 가르치게 된다. 특수호흡법은 부모들의 싸움이나 이혼과 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사안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런 조치는 요즘 청소년 중 상당수가 가족의 붕괴, 시험 부담, 현대사회에서 오는 각종 스트레스로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는 영국 청소년들의 10%가 자살 충동을 포함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교사들은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만 신경 쓸 뿐, 정작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대다수 얌전한 학생의 심각한 정신 상태는 챙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립 중등학교인 버크셔주 웰링턴 칼리지가 학교 차원에서 올 9월 13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복 수업'을 개설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지만 정부 차원의 계획이 발표되기는 처음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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