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FTA, 대내 합의가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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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러나 국내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농민단체들은 8일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10일부터 협상기간 내내 서울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민주노총은 12일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시한부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여기에 일부 정치권까지 시기상조론을 제기하는 등 반대운동에 가세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외협상 못지않게 FTA 반대세력을 상대로 한 대내협상이 한.미 FTA에 난제가 된 것이다.

정부는 한덕수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6개 부처 장관이 7일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고 반대단체에 대해 불법행위 자제를 당부했지만, 수만 명이 서울 도심에서 벌이는 시위가 평화적으로 끝나리란 보장은 없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농민시위와 같은 불상사가 재연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반대단체들의 불법시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한.미 FTA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충분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FTA에 대한 국민적 지지 기반이 없으면, 협상력 자체가 약화될 뿐 아니라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국내 반대세력에 대한 설득이 어렵고, 자칫 국가적인 분란과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그동안 형식적인 공청회 몇 번으로 여론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거세게 일고 있는 FTA 반대운동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래서는 한.미 FTA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막연히 국민의 50~60%가 찬성한다는 통계만으론 반대세력과 일반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이제라도 반대론에 대한 정교한 대응논리를 마련하고, 이 정부가 자랑하는 홍보 역량을 적극 동원해 대국민 홍보와 설득에 나서라. 거듭 말하지만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한.미 FTA 성사는 무망(無望)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