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산수 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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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쾨니히스베르크에는 「칸트」의 무덤이 있다. 4월22일, 「칸트」의 생일이면 이 도시 소년들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참배에 나선다. 월계수 화환에 둘러싸인 철학자의 낯익은 흉상을 보며 비석에 새겨진 「칸트」의 글을 소리 높여 읽는다.
『가장 놀라운 것은, 별 들이 가득 찬 하늘과 내 마음 속에 있는 도덕적 규율이다』
「데이비드·힐버트」소년도 이 참배 행렬 속에서 어머니로부터 하늘의 성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1과 자신에 의해서만 나누어지는 소수의 재미있는 성질에 대해 알게 된다. 20세기 최고의 수학자 「힐버트」는 하늘의 별자리와 땅 위의 도덕률을 어머니로부터 배우면서 그냥 평범했던 소년이 『수론 보고서』와 『기하학의 기초』『힐버트 공간 이론』을 발표하면서 현대 수학체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금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군림한다.
「힐버트」의 생애를 적은 「콘스탄스·리드」의 『힐버트-수학과 삶』은 위대한 수학자의 탄생이란 천부적 재능보다는 잠재된 재능을 유도하는 사탕의 교육에 있음을 암시한다.
『사랑이 결핍된 결손 가정의 학생들 대부분이 6학년이 되도록 99단을 외우지 못해요』
신상도 국민학교 김종길 교사의 체험적 증언이다.
38년을 평교사로 교단을 지킨 김 교사는 그래서 방학 때면 「사랑의 산수교실」을 열기로 했다. 산수 성적이 부진한 전교생 중 50여명을 모아 하루 3시간씩 개별지도를 한다.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왜 7=7이 되는지를 설명하고, 99단을 왜 외어야만 하는지를 자상하게 설명한다.
이미 10여년전부터 김 교사는 방학 때만 되면 학생들을 모아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했고, 작문 교실을 열어 독서지도를 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산수교실이 학부형과 동료 교사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고있다고 한다.
전교조 회오리가 그치지 않는 삭막한 교단에서 말없이 사랑의 산수 교실을 열어 사랑과 산수를 함께 가르치는 노 교사 김종길 선생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알려지지 않은 김교사가 더 많이 이 땅의 교단을 지키고 있음을 알면서도 더 많은 김 교사가 생겨나기를 기대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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