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월드컵 극장' 습격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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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 모가디슈 등 소말리아 상당 지역을 무력으로 장악한 이슬람 군벌 소속 민병대가 5일 반이슬람적이라는 이유로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주민들에게 총을 쏘아 두 명이 사망했다. 한국의 동원호 선원들을 2개월여 억류 중인 소말리아에선 최근 이슬람 군벌이 활개 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과격한 이슬람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민병대는 소말리아 중부 갈가두드에서 독일과 이탈리아의 준결승전을 방영하는 한 영화관에 들어가 관람객들에게 귀가를 명령했다. 이에 일부 청년이 항의하자 민병대는 총격을 가해 극장 주인과 소녀 한 명이 숨졌다.

소말리아에선 지상파 방송이 월드컵 경기를 보여주지 않아 영화관이 월드컵을 중계하는 위성방송을 틀어주고 입장료를 받는 영업을 해 왔다. 하지만 이슬람 군벌은 공공장소에서 영화나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는 것이 반(反)이슬람적이고 청소년을 오염시킨다고 주장하며 이를 금지하고 단속을 해왔다.

이슬람 군벌은 5일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 선포식을 열었다. 그러나 이슬람법이 영화나 축구경기 관람을 금하지는 않아 이번 조치에 대해 '시민 자유억압'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이슬람 군벌의 득세를 우려한 소말리아 임시정부의 요청으로 최근 현지에 조사단을 보내 평화유지군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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