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두고 “뭐를 쐈다”고 한 유시민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ㆍ9일 북한이 두 차례 쏜 미사일과 관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2일 “북한이 뭐를 쏴서 놀라셨나.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앞으로 비슷한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이러다가 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2일 광주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 참석해 발언 중인 모습. [유튜브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2일 광주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 참석해 발언 중인 모습. [유튜브 캡처]

유 이사장은 이날 오후 광주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 패널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사회자가 첫 질문으로 “얼마 전에 북한이 발사체를 두 차례나 발사했다”며 의견을 물은 데에 대한 답변이다.

유 이사장은 또 “대한민국의 합리적인 대북정책은 햇볕정책뿐이며, 이 정책은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무엇을 발사했다고 해서 어느 정당에서 내놓은 논평들을 보면 혀를 차게 한다.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제발 잘되지 말라는 이런 마음이 안에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언급한 ‘어느 정당’은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첫 미사일 발사 때 군이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40분 만에 ‘발사체’라고 정정해 야당의 반발이 있었다. 또 9일 발사 때엔 미국과 일본 정부가 ‘탄도 미사일’이라고 발표하자 우리 군은 “탄도 미사일인지 아닌지 분석 중”이라는 입장만 내고 현재까지 분석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못하고 위반을 위반이라 안 하는 문재인 정권은 홍길동 정권인가”(김현아 원내대변인), “미사일로 한반도를 폭파하겠다는 주적에게 먹을 것을 바치겠다는 이 정권의 종북관은 참으로 뒷목 잡을 수준”(민경욱 대변인) 등 거세게 비판해왔다.

한국당에선 유 이사장의 이번 발언이 알려지자 “이젠 미사일을 발사체도 아니라 ‘뭐’라고 표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희경 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이사장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북한의 무력 도발마저 농담 식으로 격하해 국민을 속여보려는 것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탄도 미사일 규정이) 복잡한 문제가 아닌데 우리 국방부가 계속 정밀 분석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시간 끄는 걸 보면 결국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탄도 미사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기다리겠다 이거지’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 북한은 또 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