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길을 잃는다?…히말라야 사는 흰목딱새 마라도서 발견

중앙일보

입력

마라도에서 발견된 흰목딱새.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마라도에서 발견된 흰목딱새.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히말라야 등 중국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텃새인 흰목딱새가 국내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인근에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기록이 없던 흰목딱새(가칭)를 지난달 28일에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국내 미기록종’이란 외국에 서식하나 국내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종을 말한다.

이번에 확인된 개체는 본래의 분포권을 벗어나 우연히 찾아온 ‘길잃은 새(미조)’로 추정된다. 방향감각 이상이나 기상변화 등으로 인해 본래의 분포권을 벗어나 의외의 지역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 ‘미조’라고 부른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올해 수행 중인 마라도 지역 철새조사 과정에서 흰목딱새를 관찰됐다.

허위행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동남아권에서 태풍을 따라 새가 휩쓸려 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멀리서 온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작년에 태어난 어린 새라서 아직 경험이 없다 보니 길을 잃고 이곳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흰목딱새의 분포권과 발견 지점.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흰목딱새의 분포권과 발견 지점.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이 종은 티베트, 히말라야 등 중국 내륙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텃새로, 국내에 많이 서식하는 딱새와 가까운 종이다.

연구진은 수컷의 목 부분이 하얀색임을 참고해 국명을 흰목딱새로 정했다.

마라도서 미기록 조류 종종 발견돼

마라도에서 발견된 흰목딱새.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마라도에서 발견된 흰목딱새.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흰목딱새의 몸길이는 15㎝ 정도이며, 딱새와 비슷하나 앞 목이 흰색이고 날개의 흰색무늬가 크다. 암컷은 담갈색을 띤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개체는 암컷과 유사하나 턱의 흰색 부분이 담색을 띠어 어린 새의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발견 장소인 마라도는 국내 최남단에 위치한 섬이다. 앞서 푸른날개팔색조, 붉은가슴딱새, 비늘무늬덤불개개비 등 미기록 조류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기록된 바 있다.

이병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국가 생물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미기록종 발견은 매우 중요하며, 미기록종을 발견할 가능성이 다소 희박한 조류 분야에서는 새들의 이동연구 등 학술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며 “철새의 현황을 지속해서 관찰해 생물종 발굴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