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장관급회담 예정대로 쌀·비료 지원은 중단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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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회담은 예정대로=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는 당초 예정된 11일부터 부산에서 제19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일 발사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긴 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회담을 열어 미사일 문제 등과 관련해 북한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도 5일 오후 공개한 '북한 미사일 관련 정부 대응방향'에서 "대화는 끊지 않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하면서 대화를 중단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상황관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심사숙고해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장관급회담을 대북 설득과 압박의 장(場)으로 활용하려 한다. 북한 설득에 나섰던 중국의 입지가 축소된 데다 미국.일본이 강경한 자세를 보일 것이 분명해 당분간 한국이 유일한 대북 설득의 통로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부가 남북 장관급회담에 응할 경우 '대북 채찍'을 요구할 미.일과의 공조 관계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 일각에서 장관급회담이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쌀.비료 지원은 중단=통일부 당국자는 "미사일 발사로 북한에 쌀과 비료를 추가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미사일이 발사됐는데 상황이 똑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당초 이번 장관급회담에선 북한이 요구했던 비료 10만t과 차관 형식의 쌀 50만t 지원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회담이 열려도 우리는 논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쌀과 비료 지원 중단을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압박조치로 본다. 장관급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외교적 입지는 축소될 수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금강산 관광 등 대북 경협사업에 미사일 발사가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하면 두 사업의 안정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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