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배우 박진희 “머리 감을 때 린스 안 쓰고, 분장실선 조명 끄고 다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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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진희.[중앙포토]

배우 박진희.[중앙포토]

“6살, 10개월 된 두 아이 목욕시킬 때 샴푸·바디워시를 쓰지 않아요. 물로만 목욕시킵니다. 저도 린스를 안 씁니다. 주변에서 왜 안 그러냐고 묻는데요, 안 써 보겠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울시청서 ‘플라스틱, 언제까지 먹을 건가요’ 특강 #두 아이 목욕 때 샴푸 안 쓰고, 큰애는 로션도 안 발라 #의류 폐기물 양산 낳는 패스트패션 유행도 아쉬어

연예계의 대표적인 ‘에코 배우’이자 서울시 홍보대사인 박진희(41·여)씨가 29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환경 이야기’ 강연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이 자리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고 있다”며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자신만의 생활 속 실천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촬영장이나 분장실에 사람이 없는데 불이 켜져 있는 조명을 다 끄고 다니는 버릇이 있다. 누가 시킨 게 아니지만 스스로 그렇게 한다. 집안 화장실 변기 물탱크에는 500ML짜리 생수병 2개를 넣어뒀다. 아이 둘은 물로만 씻긴다. 첫아이는 벌써 6년째다. 샴푸를 안 쓰니 이제 혼자서도 목욕을 한다. 10개월 된 둘째도 그렇게 목욕시킨다. 첫째는 로션도 안 쓰는데, 둘째는 아토피가 있어서 로션은 쓴다. 박씨는 가급적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

하지만 박씨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플라스틱 칫솔 대신 나무 칫솔을 쓴다. 박씨는 “대형마트에 가면 플라스틱 칫솔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좁다”며 “직장 다니고 아이 키우면 바쁘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 만큼 기업이 먼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의류업체 광고를 찍을 때 일화도 소개했다.

“기업 관계자에게 재고 의류를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하자고 제안해 봤어요. 그랬더니 ‘누군 옷을 사서 입고 누군 공짜로 얻어 입게 된다. 그러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맞는 얘기일 수 있지만 아쉬움도 컸어요.”

가격이 저렴하고 유행에 민감한 패스트패션에 대해서도 “조금 더 생각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박씨는 “가격이 저렴하니 더 쉽게 옷을 버리게 된다”며 “국내에서만 하루 259t의 의류 폐기물이 나오고, 면 티셔츠 한 장 만드는데 2700L의 물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환경의 중요성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강연엔 200여 명의 공무원과 시민이 참석했다. 이상훈 서울시 환경정책과장은 “박진희씨의 솔직한 경험을 통해 생활 속 친환경 실천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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