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기, 뜨지도 못하고 가라앉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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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연초에 잠시 반짝 살아날 듯하던 경기가 2분기에 꺾이기 시작해 하반기에는 성장률의 둔화 추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은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일제히 악화되고 있는 점을 반영해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6%에서 4.4%로 낮춰 잡았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한은은 아직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을 뿐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라며, 하반기의 부진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5%의 실질 성장은 무난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민간 예측기관에선 벌써부터 올해 5% 성장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하반기에 성장률이 4%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치가 여럿 나왔고, 조만간 성장 전망의 하향 조정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불길한 점은 경제 현장에서 경기 상황을 체감하고 있는 대다수 기업인이 올해 5%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본지가 국내 1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의 93%가 올해 5%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지표상으론 회복세가 계속된다"거나 "경제는 괜찮은데 민생이 어렵다"는 식으로 한가로이 말장난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시중에는 하반기에 경기가 경착륙(硬着陸)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제 성장률 회복은 고사하고, 경기가 한꺼번에 고꾸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정부 들어 경제가 한번도 활기차게 살아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집권 이후 온통 부동산 때리는 데 세월을 허송한 끝에 다시 경기 하강 국면을 맞은 것이다. 제대로 이륙해 보지도 못한 채 착륙을 걱정하게 생겼으니 딱한 노릇이다.

어려운 경제를 물려받은 새 경제팀 수장은 "기존 정책의 차질없는 수행"을 외칠 게 아니라 어떻게든 경기를 살려볼 궁리부터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