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68회 취재 전설적 골프 기자 댄 젠킨스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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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댄 젠킨스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딸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09년 댄 젠킨스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딸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스터스를 68번 취재한 전설적 골프 기자 댄 젠킨스가 지난 7일 별세했다. 91세.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 출신인 젠킨스는 포트워스 프레스에서 기자를 시작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골프다이제스트 등에서 일했다. 1985년 팬이 많은 그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은퇴하자 부수가 2~3% 줄었다고 전해진다.

젠킨스는 동향의 전설적 골퍼 벤 호건, 바이런 넬슨과 친분이 깊었다. 고교 졸업 직전 신문사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대학시절엔 선수로도 활약했다. 그의 골프 실력을 아끼던 벤 호건은 젠킨스에게 “6개월간 골프를 가르쳐 줄 테니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 나가라”고 제안했다. 젠킨스는 “나는 가장 좋아하는 일(기자)을 하고 있다”면서 거절했다.

그는 위트가 있었다. 사실에 기반을 뒀지만 무한한 상상력으로 글을 썼다. 특히 신랄한 풍자가 트레이드마크였으며 미국의 스포츠 저널리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10년간 칼럼을 썼던 릭 라일리(61)는 “다른 스포츠 기자들에게 젠킨스는 마치 날아다니는 사람처럼 보였다. 불손하면서도 아주 재미있고, 다채로우면서도 놀랄 만큼 단순했다”고 했다.

혜안도 있었다. 그는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에 “우즈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부상과 잘 못 된 결혼뿐”이라고 예언했는데 정확히 맞았다. 그는 또 “스포츠 기자의 삶은 다른 사람이 놀러나간 밤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이다. 코치나 구단주 등의 거짓말도 파헤쳐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젠킨스는 2012년 골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3명의 저널리스트 중 살아 있을 때 들어간 사람은 젠킨스 혼자다. 젠킨스는 메이저대회 취재를 232번 했다. 마스터스 68번, US오픈 63번, PGA 56번, 디오픈 45번이다. 메이저 대회에 선수의 출전 횟수로 가장 많은 건 잭 니클라우스로 163번이다.

필력이 떨어진 70대 이후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도 올랐다. 젠킨스는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과 중국음식점을 비교하는 농담을 했고, LPGA 투어의 한국 선수들을 두고 “방콕이나 필리핀에서 왔을 수도 있는데 내 생각엔 그녀가 한국인 같다”라는 등의 트위터 멘션으로 항의를 받았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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