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 캠프 출신 환경공단 감사 소환…청와대 관련의혹 정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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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환경부 관계자와 전·현직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을 집중 소환하며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순까지 참고인 조사 매듭 짓고 #김은경 전 장관 등 수사 나설 듯

검찰은 이르면 이달 중순까지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한 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동향 등을 보고 받았던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5일 오전 문재인 캠프 환경특보 출신의 유성찬 환경공단 상임감사를 소환해 조사 중이다. 유 감사는 지난해 환경공단 상임감사 2차 공모 중 공단 측으로부터 임원 면접 전 관련 자료를 미리 건네받아 특혜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다.

유 감사는 “적격자가 없다”며 지난해 7월 무산된 환경공단 이사장 1차 공모에 지원했다 면접에서 탈락한 뒤 같은 이유로 재공모가 진행됐던 환경공단 상임감사 2차 공모에 지원해 합격했다. 환경공단 이사장에는 2차 공모를 거쳐 노무현 정부 비서관 출신의 장준영씨가 임명됐다.

유 감사는 지난달 말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중앙일보에 “임명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했다”며 낙하산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인천 환경공단 본사가 아닌 지방 출장을 다니며 기자들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유 감사를 조사하며 환경공단 임원을 두 차례 지원한 경위와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를 담당했던 환경부 전·현직 운영지원과장도 소환해 청와대의 인사 개입 여부를 물었다.

검찰은 환경공단 상임감사 1차 공모에 지원했다 탈락한 뒤 환경부 산하기관 자회사에 대표로 임명된 언론사 간부 출신 박모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율 중에 있다. 박씨의 전임자는 이미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상태다.

검찰은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 사장에 임명된 서주원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통보를 했다. 서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장 임명 과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환경공단 이사장과 상임감사 1차 공모에서 합격한 면접자들이 전원 탈락하고 재공모가 이뤄진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들이 1차 공모에서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서류에서 탈락하자 재공모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1차 공모가 무산된 뒤 환경부 관계자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추천 인사의 탈락 경위 등을 해명했다는 정황도 확보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증거와 법리가 가리키는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사실 관계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심석용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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