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하늘 기차' 타는 후진타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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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다음달 1일 '하늘로 가는 기차'를 타고 티베트 방문길에 오른다. 48시간이나 걸리는 긴 여정이지만 그의 티베트 여행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왕조 시대를 통틀어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티베트를 방문한 적이 없다.

이번 방문은 평균 고도 4500m의 칭짱(靑藏)고원을 가로지르는 칭짱철도 개통식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다. 대역사의 완공을 대내외에 알리고 축하하기 위한 행차다. 그러나 진짜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래전부터 분리독립 움직임을 보여 온 티베트에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확실히 심어 주고 오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티베트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1988년부터 4년간 티베트 당서기를 지냈다. 89년 티베트에서 분리독립운동이 일어났는데 후진타오는 이 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이런 공로를 높이 평가했고, 후는 92년 49세의 나이로 중국 공산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전격 발탁됐다. 이런 배경을 가진 그가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뒤 티베트까지 철도를 잇고 중심 도시 라싸에 입성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84년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과 거얼무(格爾木)를 잇는 1차 철도 구간을 완성한 뒤 37억 달러를 추가 투입해 거얼무와 라싸를 연결하는 1142㎞ 구간을 완공했다. 이로써 베이징과 라싸가 철도로 이어졌다. 다음달 1일은 마침 중국 공산당 창립 85주년이 되는 날이다. 후 주석은 이 기념식을 하루 앞당긴 30일 치르고 라싸행 열차를 탄다.

중국 지도부는 분리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 티베트를 철도로 연결함으로써 앞으로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소요사태 진압을 위한 병력 투입이 훨씬 쉬워진다. 또 철로를 통해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늘어날 경우 티베트 고유 문화가 희석될 것이라는 계산도 하고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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