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상상력 뛰어나나 노력 부족 『언덕』같은세계 같은 분위기가 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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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엄장한 거목이라 해도 필름 한장 안에 담을 수 있고, 손톱 길이정도의 잡풀이라해도 엄장한 모습으로 확대시켜 필름 한장을 꽉 채울 수 있다.
시조 창작의 길로 들어선 사람은 시조 한수 안에 담을 시의 세계를 그처럼 압축하거나 확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았느냐, 어떻게 생각했느냐에 따라 처리할 표현 능력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창작된 시조 한 수는 3장안에 채워진 언어들이 아니라 자신의 표현능력으로 만들어진 3장인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시의 세상으로 이룩된 3장 세계일수 있다.
『남강 소견』-거침없이 시상을 잡아 서슴없이 엮어내는 솜씨를 볼 수 있다. 상상력이 기발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알고보면 별것 아닌 소재였는데도 별난 세계처럼 외닿는 것이리라. 그러나 좋게 보아서 그렇고, 애쓰는 힘이 모자란다. 제2수 종장을 작자가 보낸 원작과 비교해보도록.
『독서』-제목을 바꾸어서 낸다. 감수성이 뛰어난 작자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는 하나 어휘놓일 자리를 숙고해야 하겠다. 어휘들이 서로 바꿔면서 놓여야만 보다 그럴듯하게 전달되리라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도왔다.
『구포나루』-2수를 1수로 잘랐다.
제2수는 지나치게 감상적인 설명이었고 작품되어 있는 품성으로 보아도 제1수 단독이어야할 일이어서 그렇게 했다.
『언덕』-꾸준히 응모해오는 사람의 작품이다. 너무 한결같은 세계를 비슷비슷한 분위기로 이끄는 것이 흠이다. 작품이란 쓸 때마다 과감하게 자기 탈피를 해야하는 세계다. 이 점은 비단 이작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응모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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