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부르는 「외침의 언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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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동 골란고원 북폭끝 마이달 샴스에 있는 「외침의 언덕」은 소수 민족 드루즈족의 가족이산 7년의 설움이 메아리치고 있는 비극의 현장이다.
「외침의 언덕」은 마이달 샴스 마을 뒤쪽, 별로 높지않은 동산으로 언덕아래 좁은 협곡을 경계로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국경이 지나가고 있다.
골란고원에 살고 있는 드루즈인들은 이 국경선을 경계로 헤어진 가족을 만나거나 안부를 전하고 싶을 땐이 언덕 위로 올라가 손나팔을 만들어 협곡 너머의 부모·형제등 친족의 이름을 부르거나 가지고 간 확성기로 보고싶은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스라엘은 지난 67년 6일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골란고원을 무력 강점, 지배해오다 지난82년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했다.
이스라엘 점령 골란고원은 시리아 남쪽과 이스라엘 북쪽이 만나는 고원지대로 지난 1천년간 소수민족 드루즈인들이 살아온 곳이다.
드루즈족은 레바논·시리아·골란고원등지에 흩어져 살며 총인구는 35만명. 이중 절반이 넘는 16만5천명이 골란고원에 살고 있다.
「외침의 언덕」 아래 협곡은 이스라엘군이 설치한 지뢰때문에 지척에 부모·친척을 두고도 왕래할 수 없는 분단의 계곡이다.
마이달 샴스 등지의 드루즈인들이 부모·형제나 친척이 생가나 이 언덕에 올라가 큰 소리로 만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외치면 협곡 건너편 시리아쪽 드루즈인들이 이를 해당 친척에게 전달, 사람을 불러오거나 대답을 전해주는 메아리 같은 대화를 나눈다.
반이스라엘 운동으로 아버지와 함께 12년간 옥살이를하고 풀려난「자발」씨는 석방 후 아버지가 시리아쪽으로 건너가 어머니 및 두 여동생등 가족과 합류하고부터는 수시로 아내와 함께 이 언덕에 올라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는다.
「외침의 언덕」은 나무도 거의 없고 공기도 맑아 웬만큼 큰 목소리면 건너편까지 소리가 다다라 대화가 가능하다.
농사일과 식당을 경영하며 수시로 「외침의 언덕」을 찾는 「자밀·쇼피」씨는 『이곳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자란 곳이자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나의 고향』이라며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씨는 『이곳에서의 한맺힌 외침과 한 서린 메아리는 어쩌면 영원히 계속될지 모른다. 정치적 해결만이 최상』이라며 조속히 분단과 이산의 슬픔이 끝나길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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