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KT배왕위전 : 맥점을 놓치고 반집을 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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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40기KT배왕위전'

<4강전 하이라이트>
○ . 이영구 5단  ● . 홍성지 5단

'반집'이란 존재하지 않는 허수다. 오직 승부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마지막 저울추가 어디로 기우느냐에 따라 이긴 자와 진 자가 갈라진다. 반집은 그래서 매우 극적이다. 역전패를 당할 때는 왜 하필 반집을 지는 것일까. 프로기사의 한이 서린 '반집'은 그래서 할 말이 많다.

장면도=우상에서 끝내기를 하고 있다. 이영구 5단의 162에 홍성지 5단은 163으로 응수한다. 단수 치고 바로 막았다가는 큰 패가 나기 때문에 이처럼 물러서는 것이 상식이다. 이후 백A엔 흑B, 백C로 따내면 흑D의 이음까지가 수없이 두어온 끝내기의 수순이다. 따라서 홍성지는 아무 의심 없이 163으로 두었다.

하지만 163은 천금 같은 '두 집'을 손해본 수다. 기막힌 끝내기의 맥이 있었는데 그걸 놓친 것이다. 이 판은 흑이 반집을 졌다. 그래서 이곳의 두 집 손해가 더욱 크게 보인다.

참고도1=엉뚱하게도 흑1로 먼저 빠지는 수가 있었다. A의 절단 때문에 백은 2로 받아야 한다. 그때 3, 5로 막으면 실전과는 두 집 차이.

참고도2=흑1 때 백2로 버틸 수 있다. 흑3엔 백4의 패. 하지만 이 패는 백에 너무 부담이 커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백의 이영구 5단은 결국 행운의 반집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만약 홍성지 5단이 참고도의 맥점을 읽어 두 집을 벌었다면, 그리고 이후의 수순이 실전과 똑같다면 산술적으론 흑의 1집반 승이다. 과연 그럴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50% 이상일 것이다. 이 대목에 승부의 미묘함이 숨어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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