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지피는 내각제 개헌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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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상임운영위원. 대표적 내각제론자다. 그가 28일 기자회견을 했다.

"내각제 도입을 한나라당 총선 공약으로 삼자."

辛위원은 "향후 4년간 계속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민이 불신과 갈등 속에 나가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각제를 통해 대통령과 조화를 이뤄나가는 방안을 심도있게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각제를 한나라당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국민지지가 실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辛위원이 당내 내각제론자들의 뜻을 대신해 총대를 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辛위원과의 일문일답.

-당내 다수가 내각제를 원하나.

"딱 잘라 '몇십명이다'라고 하긴 그렇지만 중진들과 서로 교감하다 보면 내각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대정부 질문 때 당에서 많이 질문할 것이고 어느 시점이 되면 당내에서 심도있게 거론될 것이다."

-국민이 공감한다고 보나.

"대통령의 잘못으로 위기가 닥칠 때 피해가 너무 커 이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아져 잘 수용할 것으로 본다."

-대통령과의 조화란.

"내각제 도입 시기 등을 대통령과 잘 협의하면 현 대통령 임기 후 내각제를 하든, 대통령제하에서 내각제 요소를 혼용하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辛위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소장파의 오세훈 의원은 "총선 6개월 전 내각제 논의는 한나라당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신당 지원의 필요성만 낳을 것"이라며 거부감을 표했다.

?각당 반응=민주당은 모호한 태도다. 야3당 공조시 개헌 의석수를 넘긴다는 점을 부각하면서도 내각제 공론화는 극히 삼가는 분위기다. 통합신당과 개혁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내각제 카드를 꺼냈다 자칫 반개혁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

이 때문인 듯 한화갑 전 대표는 최근 "당체제 정비가 급선무이며, 내각제 개헌은 적극적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당장은 대화를 나눌 시기가 아니나 내년 총선을 전후해 내각제 얘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합신당과 청와대 측은 극히 부정적이다.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내각제 개헌은 야합이며 정치적 혼란을 일으키는 권력욕"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총선 전에는 실현될 가능성이 없고, 3당이 연합해 총선 때 내각제를 추진한다면 지역주의 연합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남정호 기자<namjh@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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