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결국 두 달 허송세월하고 만 탄력근로제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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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진행되던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논의가 결국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말았다. 어제까지 포함해 모두 여덟 차례나 회의를 열었으나 노사 간 첨예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경사노위에서도 합의가 안 되면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지난해 7월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제도적 보완책이다. 산업 현장 고충이 심각해지자 여야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회동에서 지난해 말 입법 처리를 합의했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의 의지에 따라 경사노위 결론을 기다리는 쪽으로 바뀌었다. 당시 시간만 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바람직한 사회적 합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를 보낸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경사노위의 무기력함만 확인한 채 두 달을 허송세월한 꼴이 되고 말았다. 가뜩이나 민주노총의 참여 불발로 경사노위 무용론까지 일고 있는 마당이다.

이미 산업현장에서는 경직된 근로시간제에 따른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현대차에서는 모처럼 인기 대형 SUV가 출시됐지만 생산 확대가 어려워 계약한 소비자가 1년 뒤 차를 받을 판이다. 법적 제약과 노조 반대로 근로시간 연장이나 생산라인 조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특정 시기 집중적인 연구개발 인력 투입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악 등을 이유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공을 넘겨받게 된 국회 상황도 만만찮다. 여야 간 대립과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로 2월 입법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계도기간이 3월 말 종료된다. 여야는 반드시 그때까지는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 정부와 여야의 약속이 허언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