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국세청장 돌연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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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성(사진) 국세청장이 27일 갑자기 사임했다. 지난해 3월 15일 취임한 뒤 1년4개월 만이다. 이 청장은 이날 사임사를 통해 "적기에 후배에게 길을 열어 줌으로써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조직의 신진대사를 통해 새 기운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후임청장에는 내부에서 발탁될 경우 전군표 국세청 차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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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5시 이주성 국세청장은 국회 일정이 끝나자마자 청사로 돌아와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으니 사임 사실을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세청 내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임이었기 때문이다.

국세청 개청 이래 청장이 이처럼 전격 사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세청 내에서는 지난해 3월 15일 취임한 이 청장이 내년 초까지 재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국세청장은 임기가 없지만 검찰총장 등의 임기(2년) 등에 맞춰 2년간 재임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 청장도 그동안 국세청을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았다.

이 청장은 자신의 사임 이유를 "후배를 위한 용퇴"라고 밝혔다. 핵심 업무가 마무리됐고 후임 국세청장이 세정의 틀을 마무리하려면 최소한의 재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이 청장이 벌였기 때문에 스스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과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이 청장이 의욕적으로 유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세청장 회의가 9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 안팎에서는 그의 사퇴에 좀 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청와대가 개각을 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이 청장의 거취를 정리한 게 아니냐는 관가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개각 대상에는 김진표 교육부총리,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포함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세청 내부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지방청장과 국장급 인사를 28일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번 인사는 1~2주 전부터 예정돼 있었으나 그동안 계속 미뤄져 왔다.

부적절한 처신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 청장의 처신과 관련한 내사를 벌였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공무원 조직의 '레임덕' 조짐을 막고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청와대가 이 청장을 사실상 전격 경질하게 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이 청장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퇴의사를 표명했다"며 "내부 인사 갈등설, 이 청장 내사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청장 개인의 사퇴와 향후 개각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언급했다.

최훈.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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