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순댓국집 접고 인생 2막···65살에 모델 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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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칠두씨. [사진 김칠두 인스타그램]

김칠두씨. [사진 김칠두 인스타그램]

순댓국밥집을 운영하다 패션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화제를 모으는 이가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1만6000여명에 이른다.

바로 올해로 65세가 된 김칠두씨 얘기다. 1955년생인 그는 ‘2년 차 패션모델’이자 ‘국내 최초 시니어 모델’이다. 27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왔다는 그는 은퇴 후 ‘아빠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해보라’는 딸의 조언에 패션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한다.

젊었을 적 김칠두씨. [사진 김칠두 인스타그램]

젊었을 적 김칠두씨. [사진 김칠두 인스타그램]

김씨는 17일 공개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딸하고 얘기하기 전까지는 패션에 대한 것을 잊고 살았다. 딸과 상의를 하면서 패션이란 관심사를 끄집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은빛 긴 머리와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굳혀졌다. 그는 “순댓국밥집을 운영할 때도 이런 스타일을 고수했다”며 “당시 사진을 넣고 ‘털보토종왕순대촌’ 이런 간판을 내걸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우리 나이에 갈 데라곤 경비 자리 정도밖에 없었다”며 “근데 경비를 하려고 보니까 머리·수염을 기르고 하니 못 갔다. 30년 넘게 기른 머리와 수염을 자르는 게 썩 내키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칠두씨. [사진 연합뉴스TV 영상 캡처]

김칠두씨. [사진 연합뉴스TV 영상 캡처]

김씨는 20대 초반 한양패션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선하는 등 젊었을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그랬던 그가 꿈을 펼치지 못했던 건 넉넉지 못한 경제적 형편 때문이었다. 김씨는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꿈을 접고 40여년간 평범한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은퇴 후 뒤늦게 꿈을 이루게 된 그는 “내가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주위에서 (좋게) 봐주는 게 쑥스럽다”라면서도 “앞으로 기대 벗어나지 않게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2019년 목표를 묻자 “목표로써 다른 건 없다. 모델에게 큰 목표가 있겠나”라며 “조금 있으면 패션쇼 시즌인데 2~3개 (정도) 쇼에 서보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꿈은 있지만, 현실에 치여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끼가 하나씩은 다 있다. 내면에 있는 그 끼를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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