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미 인권특사의 개성공단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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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 담당 특사의 개성공단 방문이 성사됐다. 그는 미국 정부 내에서 개성공단 비판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 온 부시 대통령의 측근이다. 따라서 7월 하순으로 예정된 이번 방문을 통해 그가 개성공단 전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매우 주목된다.

북한이 미 정부 내 대표적 '반북(反北) 인사'인 레프코위츠 특사의 개성공단 방문을 수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와중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선 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개성공단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미국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일종의 절박감도 작용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레프코위츠 특사가 갖고 있는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는 데 북한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 내 다른 곳에도 개성공단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등 경제개혁.개방에 대한 진정성도 그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에 대한 레프코위츠 특사의 비판적 발언은 심각한 한.미 갈등을 유발시켜 왔다. 무엇보다 결정적 쟁점은 북한 근로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고 있느냐의 여부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북한 당국에 임금을 주면 근로자들은 당국을 통해 전달받는다. 이를 놓고 정부는 우리 기업이 근로자 개인별로 '이번 달엔 얼마를 받는다'는 것을 확인해 주기 때문에 누수(漏水)가 생길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으로부터 임금을 전달받는 이상 그 일부가 정권 비자금 등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결국 양국 간에는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가 좀 더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협의한다면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문제 삼는 임금직불 문제는 북한 관련법에 명시돼 있고, 남북 간에도 북한의 달러 부족 사정이 나아지면 이를 실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레프코위츠 특사의 이번 방문은 이 문제를 비롯한 각종 견해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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