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미 회담 앞둔 초당적 의원 외교는 역사적 책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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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회의 대미 의원 외교가 한창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로 이뤄진 ‘초당적 방미단’은 10일부터 5박8일간 미 싱크탱크와 국무부 주요 인사 및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을 만난다. 자유한국당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별도의 방미단을 꾸려 11일부터 4일간 정상회담과 관련된 우리 보수층의 우려를 미국 조야에 전하고 있다. 겉으로는 양쪽 모두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미 공조를 목적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구체적 요구사항은 완전히 달라 미국에서 딴소리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별도의 두 방미단이 딴소리할 판국 #비핵화 관련 대한민국 입장 수렴한 #결의안 등 채택해 미 측에 전달해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활발한 남북한 교류 등 대북제재 완화로 북한 비핵화를 끌어가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종전선언과 함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긍정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선도적인 제재완화에 완강히 반대한다. 나 원내대표는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은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이 제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로 종전선언을 해줘선 절대 안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격심한 여야 간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한 국회의 방미 외교가 과연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가 국내에서 아무리 심하게 다투어도 해외에 나가서는 한목소리를 내는 게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원하는 게 도대체 무엇이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각 당이 정책 하나하나에 다른 견해를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선 최소한의 공감대를 먼저 다지고 일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상대가 있는 외교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그러니 여야가 대북 문제를 다룰 때면 치열하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의견의 간격을 좁힌 뒤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아 이를 천명하는 게 옳다. 이런 원칙을 결의, 또는 법률을 통해 만천하에 알리고 지키도록 하는 게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의 소임이자 의무인 것이다.

미국은 이런 면에서 좋은 본보기다. 미 상원은 지난해 12월 ‘아시아안심법안(ARIA)’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민주·공화 양당은 이 법을 통해 ‘북한이 불법 활동에 더는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대북제재를 계속 부과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이뿐 아니라 미 상·하원은 115대 회기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모두 41건의 대북 관련 결의안과 법안을 상정해 이 중 5건을 처리했다.

우리 국회도 이념을 떠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원칙과 방향을 수렴해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능하고 미·중·일 등 이해 관계국도 우리의 바람이 뭔지 제대로 알 게 아닌가. 정치 싸움은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