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학교급식 철수"… 220억 급식시설은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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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시스템 이창근 대표는 26일 서울 화곡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급식사고에 대해 큰 책임을 느껴 학교 급식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직영으로 전환하는 학교에 기존 시설을 무상으로 기부하는 등의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직영으로 전환하는 데 적어도 2~3주 정도 걸리므로 당분간 학교의 급식 대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CJ가 이번에 철수하는 곳은 전국 93개 초.중.고교와 35개 대학이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김미소 간사는 "기존 시설을 그대로 쓴다면 곧 급식을 재개할 수 있겠지만 위생 등 책임문제를 우려해 직영으로 전환하는 학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에 위탁을 맡기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현재 대부분 업체는 자사 사업장 안전관리 강화에만 주력할 뿐 이들 학교급식을 넘겨받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보통 신규 계약을 해 급식을 시작하는 데 3개월이 걸리며 아무리 빨리 해도 한 달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뉴스 녹취록] "수익 적어 떼어내는 건가"
"업계 1위 포기 힘든 결정"
CJ푸드시스템 이창근 대표

다음은 CJ푸드시스템 이창근 대표와의 일문일답.(※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이번 사태와 관련한 회사의 입장은.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해당 학교에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회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정부.시민단체.학부모의 의견에 공감해 '학교 급식 직영화'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급식 직영화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이미 투자한 급식시설을 해당 학교에 아무 조건 없이 기부하겠다. 또 급식 관련 메뉴나 노하우도 이전하겠다. 직영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영양사를 학교 급식장소에 상주시킬 것이다. 영양사의 인건비는 회사에서 전액 부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당분간 음료.후식을 줄 것이며 결식학생의 점심식사도 지원한다."(※CJ가 학교 급식장소에 투자한 시설은 220억원에 달함. 다른 업체가 급식을 맡을 경우 이 시설을 그대로 쓸 수 있음.)

-다른 사업들은 어떻게 되나.

"회사.병원 급식은 그대로 진행한다. 호텔.식당 등에 음식재료를 공급하는 식자재 유통 부문도 유지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자체적으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남은 사업 부문을 잘하는 게 고객과 주주를 위한 일이라고 본다."(※CJ푸드시스템에서 학교 급식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650억원으로 전체의 10%를 차지.)

-골치 아프고 수익은 적은 '혹'을 떼어내는 것 아닌가.

"매출 10%라면 기업 입장에서 '열 손가락 중 하나'인 셈이다. 회사로선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학교 급식 분야에서 1등을 하고 있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부모들 걱정을 유발한 기업으로서 이 사업을 계속한다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자숙한다는 의미에서 포기한 거다. 사업 자체가 의미 없어서 접는 게 아니다."(※학교 급식 분야의 이익률은 1.5% 정도로 회사 급식보다 조금 낮다. 이는 한 끼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학교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536개 사업장 중 병원이 77개, 회사가 350개다. 이 중 회사 네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곳은 관계당국에 보고된 곳이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파악한 숫자다. 현재 면밀히 검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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