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문자·카톡 복원…경찰 “심석희 진술 신빙성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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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체육계 미투(#Me Too)를 촉발한 전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조재범(38·구속수감)씨의 성폭력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조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긴다.

성폭력 기소의견 오늘 검찰 송치 #조씨 “사실무근” 혐의 계속 부인

조씨는 자신에게 제기된 성폭력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피해자인 심석희(22) 선수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조씨를 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조씨는 심 선수가 10대 시절인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심 선수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심 선수 측으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된 지난해 12월 17일 이후 4차례에 걸쳐 심 선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때마다 피해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이고 일관된 대답이 나왔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심 선수 진술의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영상으로 녹화된 피해진술을 본 진술분석전문가의 의견 역시 경찰과 같았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 이후 조씨의 자택과 차량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여 휴대전화·태블릿 PC·외장하드 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조씨와 심 선수 사이에 오간 스마트폰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대화 내용이 복원됐다.

복원한 대화내용은 조씨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데다 (복원한 대화내용이)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 다만 전혀 성폭력을 한 사실이 없다는 조씨의 주장을 ‘상쇄’ 시킬 수 있는 내용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씨에게 성폭력 혐의 외에 협박, 강요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조씨는 지난 두 차례의 피의자 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고소장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실무근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상습폭행 혐의로 1·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오히려 형량이 1년 6월로 8개월 늘었다. 검찰이 조씨를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길 경우 조씨는 추가 재판을 받게 된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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