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여성 92.7%·미혼남성 53%, “배우자 조건, 경제력 중요”

미혼 남자보다 미혼 여자가 배우자를 고를 때 경제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미혼 남자보다는 미혼 여자가 배우자를 고를 때 경제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사가 나왔다. 경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남성(53.0%)보다 여성(92.7%)이 훨씬 높았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44세 미혼남녀(남성 1140명, 여성 1324명)를 대상으로 배우자 조건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남녀 간에 다소 차이를 보였다.

미혼남성은 성격(95.9%), 건강(95.1%), 가사·육아에 대한 태도(91.1%), 일에 대한 이해·협조(90.8%), 공통의 취미 유무(76.9%), 경제력(53.0%) 등의 순으로 나왔다.

미혼여성은 성격(98.3%), 가사·육아 태도(97.9%), 건강(97.7%), 일에 대한 이해·협조(95.6%), 소득·재산 등 경제력(92.7%)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력 항목에 큰 차이(남성 53.0%, 여성 92.7%)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남성이 가계 경제를 책임진다는 전통적 의식이 아직 남아 있는데다가 특히 일자리 불안에 노출된 여성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냈다.

그 밖의 배우자 조건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에서 남녀 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난 문항으로는 직종 및 직위 등 직업(남성 49.9%, 여성 87.1%), 학력(남성 31.0%, 여성 55.0%), 가정환경(남성 75.1%, 여성 89.8%) 등이었다. 보고서는 이들 항목이 경제력과 관련성이 높은 것들이란 점으로 보고, 미혼여성이 배우자 조건으로 경제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결혼에서 남성의 경제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세대의 열악한 경제 상황, 특히 여성의 부정적 경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미혼남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 14.1%, ‘하는 편이 좋다’ 36.4%,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39.2%, ‘하지 않는 게 낫다’ 6.6% 등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 6.0%, ‘하는 편이 좋다’ 22.8%,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54.9%, ‘하지 않는 게 낫다’ 14.3% 등의 분포를 보였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 응답률이 남성은 50.5%로 절반을 넘었지만, 여성은 28.8%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유보적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점을 들어 비혼화 경향을 여성만의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