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분 등후계쟁탈 전초전"|북경외교관들|등의 이붕지지는 "편의상 동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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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수주간에 걸친 학생시위로 불붙은 중국 지도층 내분은 최고 실권자 「덩샤오핑」(등소평) 의 뒤를 잇기 위한 후계쟁탈전의 전초전일 뿐이라고 이곳 외교관들은 분석한다.
『이 사태가 어떻게 결말나든간에 등이 사망할때까지만 존속될 단기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지난 1978년 시작된 중국 경제개혁의 기수인 84세의 등은 당장은 「리펑」(이붕)이라는 깃발아래 대오를 정비한 강경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보다많은 자유와 정치적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데모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측근이었던 당총서기 「자오쯔양」(조자양)을 버렸다.
중국정국의 변수는 다분히『등이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달려있으나 지금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그가 가버린 다음 그의 후계자들에게까지 지지를 보내지는 않을지 모른다』고 한 서방외교관은 내다본다.
등은 나이치고는 건강한편이지만 쉽게 피로를 느껴 오후에는 별로 공식모임을 갖지않는다. 그는 오래 서있어야 할때 가끔 불안정하게 보이기도한다.
현단계에서는 권력투쟁에서 가장 유리한 입장에있는듯한 기술관료 출신의 이붕수상도 등이 떠나고 나면 자신의 권력기반을 굳히기 위해 책략을 쓰게 될것이다.
이는 과거 그의 경쟁자를 지지했던 등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두사람은「편의상의 동맹」을 맺었을 뿐이다.
『이는 현재로선 등을 필요로하고 있다. 또 등도 정치개혁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개혁파 당지도자 조와 갈라선 이상 이에 의존해야할 입장이다. 아마 등은 이를 자신의 경제개혁을 지켜줄수 있는 사람으로 여길지도 모론다.』한 외교관의 진단이다.
중앙집권적 경제계획을 지지해온「첸윤」(진운·84) 이나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지낸「펭젠」(팽진·87)같은 당의 강경파 원로들이 이번에 이붕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외교관의 지적처럼 머지않아 방정식전체가 바뀔지도 모른다.
『그들은 조에 반대하기 위해 뭉쳤지만 일단 조가 공식적으로 제거되고 나면 그들끼리 싸울것이다.」
조와 함께 얼마나 많은 개혁주의자들이 숙청 당하느냐에 사태의 추이가 크게 좌우될 것이다. 조는 당정은 물론 일반대중사이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현재의 중국 권력투쟁을 보는 중국통들은 지난 78년이후 계속된 인상적인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변하지 않은것은 「순조로운 권력승계 과정의 부재」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사실이 최근 분명하게 노출되고 있다. 다른 여러 분야의 변화와는 달리 중국지도자들은 아직 권력이양의 수월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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