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벅머리 한국팀… 소집 이후 40일간 이발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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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위해 머리를 깎지 않겠다."

한국 선수들이 더벅머리다. 선수단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파주NFC에 소집된 이후 스위스전을 하루 앞둔 23일까지 40일간 선수들이 머리에 가위를 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 23명 모두가 그렇다. 코칭스태프의 머리도 그대로다. 민머리여서 머리를 이식한 아드보카트 감독도 머리를 단장하지 않았고 핌 베르베크, 홍명코 코치 등도 이발을 하지 않았다. 이회택 단장도 마찬가지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머리를 자르지 말자'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선수들은 머리를 깎지 않고 있다. 그냥 이심전심으로 그렇게 됐다고 한다. 지난 1월 미국 전훈 중에는 선수단 내에서 젊은 선수들이 이른바 '이발사'로 선발돼 선배들의 머리를 깎아 줬다. 하지만 독일 원정 중에는 승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이발'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한다.

16강에 대한 중압감에다 머리를 깎지 않으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는 것 같다는 게 한 선수의 전언이다. 큰 경기에 나갈 때 머리를 자르지 않는다거나, 양말.속옷.유니폼을 빨지 않는 것 같은 일은 흔하지만 선수단 전체가 이런 징크스를 따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생년월일이 같은 조재진과 이천수는 머리뿐 아니라 수염마저 깎지 않았다.

하노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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