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네이버는 어물쩍 뉴스 편집권 유지할 생각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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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모바일 첫 화면에 검색창만 남기겠다고 약속했던 네이버가 3개월 만에 말을 바꿨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이르면 연내에 첫 화면에서 네이버가 선정한 실시간 주요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빼겠다고 약속했다. ‘언론사 고유 권한인 편집권을 행사하면서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떠밀리듯 자의적인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한성숙 대표는 어제 열린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사용자들이 새로운 베타 버전과 구(舊)버전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이르면 2~4월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들이 네이버가 직접 뉴스를 편집하는 기존 앱을 당분간 계속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당장 네이버의 뉴스 정책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 측은 “안드로이드와 iOS 앱스토어 정책상 사용자가 새 버전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아 내린 고육책”이라며 “사업자가 사용자 편의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앱을 대대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지난해 모바일 개편 발표 당시 이런 전제조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던 데다 “4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의 절반가량이 새 버전을 경험한 후에야 구버전을 폐기할 수 있다”는 방침이라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에 다시 욕심을 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과 관련해 말을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에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그해 10월 이후엔 편집에서 손을 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는 대신 10월엔 모바일의 대대적 개편을 같이 들고 나오며 “빠르면 연내”라고 했다가 이번엔 아예 기한 언급도 없이 일방적으로 편집권 내려놓기를 미뤘다.

네이버가 이런 식으로 어물쩍 뉴스 편집권을 계속 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오판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