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총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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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바스티유 오페라(Opera Bastille)좌는 이름만 들어도 좀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바스티유라면 파리 동쪽에 자리한 옛 전쟁터이며 요새다. 3백여년전「루이」13세는 이곳을 감옥으로 만들고 주로 국사범을 가두어 악명이 높았다.
1789년 프랑스혁명은 바로 이 바스티유 감옥을 시민들이 쳐부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후 꼭2백년이 지난 오늘 프랑스 정부는 그 자리에 4억4천만달러를 들여 혁명기념 국립 오페라 좌를 세웠다. 그 뜻을 생각해서라도 이 오페라 좌는 앞으로 유럽 정상으로 육성한다는 프랑스정부의 의욕이 대단하다.
프랑스는 그런 야심을 만족시켜줄 인물로 총감독에 「다니엘·바롄보임」을 선임했었다. 그러나 보수와 운영문제로 의견이 맞지 않아「바롄보임」은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일 세에는 그가 보수당 정권시절의 사람이라는 흠도 잡았던 것 같다.
아무튼 유럽 음악계는 물론 세계의 음악인들은 그 후임자 문제를 놓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정도로 긴장을 자아내는 일이었다.
바로 그 자리에 한국이 낳은 음악인 정명훈 씨가 선임된 것은 세상이 놀랄 일이었다. 세계의 매스컴들은 예술면 톱으로 이 사실을 대서특필하고 있었다. 정명훈씨의 세계적 명성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다만 우리는 이 기회에 새삼 우리 나라의 음악교육에 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씨가 음악을 공부할 때만해도 우리 나라는 아직 배고픈 시대에 살고 있었다. 만일 그 부모의 극성이 없었으면 정씨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는 국내 음악인의 지도도 받았지만 진작 음악의 본고장으로 가서 각고의 수련을 쌓았다.
음악의 재능은 흔히 8세 이전에 이미 형성된다. 그러나 전문가의 견해는 14세 무렵에 한번 더 재능이 발견될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현행 예능교육은 오히려 음악에의 재능을 인정받을 기회를 억제하는 쪽이다. 가령 음악대학 교수들은 예능계 재학생의 레슨만 할 수 있다. 그 밖의 재능이 있는 아이는 부모의 영감이나 비전문적 레슨에서 요행히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반 음악적인 교육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고집되는 한 제2의 바스티유 오페라 좌가 어디에 생겨도 그 자리에 천거될 한국의 음악도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예술적 재능은 이미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지만 국내에서만 인정을 덜하는 음악교육은 시정되는 날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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