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그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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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리움' - 이용악(1914~71)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인사동 한 카페 벽에 이 시가 적혀 있었다. 검정 매직으로 쓴 글씨는 백무선 기차보다 빨라 보였다. 나중에 들었는데 김지하 시인이 써놓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시를 중얼거리다 보면 이용악 시인 대신, 김지하 시인의 깊은 목소리와 힘찬 글씨가 떠오른다. 부디 암송해 보시기를. 하지만 술 마시고 외우지는 마시기를. 그랬다간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문재 시인>

*** 바로잡습니다

6월 23일자 31면 '시가 있는 아침' 코너에서 시인 이용악의 '그리움' 본문 중 '백무산 철길 위에'는 '백무선 철길 위에'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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