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불만 전씨 측근이 흘린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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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29의 전두환 전 대통령 주도설, 전씨 헌납 정치자금 잉여분의 청와대 지원설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여권내부에 노-전파간 갈등이 표출되는 징후가 보이는 등 정가저변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사태의 축소진화를 외해 정부·민정당 측이 엄청나게 로비를 펴고 있는데 의당 쌍지팡이를 들고 나올걸로 보였던 야당 측이 뜻밖에 신중한 자세로 나와 사태가 당장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앞으로 전씨의 국회 증언 때 다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민정당 측은 6·29 및 정치헌금에 대해『월간조선』의 보도가 터지자 대뜸 그 혐의자로 전씨 측근의 허문도씨를 지목.
정부·여당이 이 기사를 보고 일요일인 21일 장시간 대책을 검토했는데 △정치자금 부분은 부분적으로 사실과 다른 데가 있는데다 야당 측도 이를 문제삼을 처지가 못될 것이며 △6·29부분에 대한 보도는 상당히「악의적」인 것으로 모종의 의도된 내용인 만큼 6·29에 깊이 개입한 박철언 보좌관이 해명하는 것으로 결론.
정부·여당이 이처럼 6·29 부분을 중점 해명키로 한 것은 기사의 제보자가 노태우 대통령을「다리미질이나 하는 사람」「자연뽕」등으로 표현하면서 6·29 같은 엄청난 일을 못해낼 인물로 묘사하고 있어 다분히 고의적일 뿐 아니라 특히 최근 전씨 증언을 앞두고 백담사 측에서 몇 차례 강한 불쾌감이 전달됐기 때문.
전씨 증언문제를 놓고 정부나 민정당이 백담사 측과 구체적 협의 없이「일방적으로」증언의 방법·내용 등까지 결정하려는데 대한 불만이 직·간접으로 민정당 측에도 전달 됐으며 특히 국회에서 위증으로 고발된 허문도 씨의 처리문제, 곧 있을 장세동씨 재판을 앞두고 전씨 측에서는 불만과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
한 소식통은『민정당이 중진회의에서 전씨 증언방법을 공개로 하고 보충질문도 허용하는 등 멋대로 결정한데 대해 전씨 측이 불쾌감을 갖고 있다』고 전하고『때문에 장세동 재판, 허씨의 기소이전에 정부의사를 한번 흔들어보는 것 같다』고 해석.
허문도씨는 최근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집중적 신문을 당하자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듯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는 것. 허씨는 이와 같은 불편한 심사를 정부측에도 전달한바 있어 정부·여당 측은 이번 기사와 허씨의 관련여부에 혐의를 두는 인상.
○…정부·민정당 측이 내심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전씨 자신의 생각이 혹시 반영된 것이 아니냐 하는 점.
최근 전씨가 백일기도를 끝낸 후 외부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나 심경에 대해 단편적이나마 입을 연적도 있어 신경이 쓰이는 눈치.
특히 정치자금이나 6·29 진행 내막 같은 내밀한 얘기는 전씨 자신만 아는 사항이어서 무언가 새 나오는 게 있지 않느냐는 것.
그러나 전씨 측은 이 같은 추측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전씨는 자신의 거취나 증언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정부·여당 측이 허씨를 발설자로 지목하면서 배후로 상당히 강경하게 나오자 전씨 측도 사태 진화에 부심.
전씨의 법률고문인 이양우 변호사·민정기 비서관·허문도씨 등 이른바 측근들은 22일과 23일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고 전씨의 노 후보에 대한 거액의 정치자금 지원설 파문을 줄이는 대책 마련에 골몰.
전씨 측은 22일까지만 해도『누가 그런 얘기를 발설했는지 모르겠다』며 내부에 노 대통령을 궁지로 몰기 위한 계획이 있지 않느냐는 일반적 관측을 일축.
허씨는 22일과 23일 모두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가 밤늦게 귀가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일체 삼가 하고 있는 상태인데 전씨 측에서도 허씨에게 약간 혐의를 두는 눈치.
전씨 측은 앞으로 국회증언이 실현되는 경우 구체적 증언 방법이나 증언 내용을 두고 민 정당 측에서 상당한 주문이 있을 것으로 보고『증언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 협의가 없었던 만큼 비록 여야가 합의했더라도 그 수용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해 아직 양측사이의 앙금이 깨끗이 지워져 있는 것 같지 않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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