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가 기자회견서 열받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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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21일 오전 레버쿠젠 홈구장인 바이아레나에서 1시간 정도 전면 비공개 훈련을 했다. 오후 2시 15분부터는 숙소인 슐로스 벤스베르크 호텔에서 모든 선수가 참석한 인터뷰가 있었다. 3시부터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기자회견을 했다.

한 기자가 "예선 마지막 경기를 남기고 프랑스.스위스와 골득실까지 따져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면 토고전에서 후반 막판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질문을 했다. 그러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답을 하지 않고 질문을 한 기자를 한동안 노려봤다. 옆에 앉아있던 통역 박일기씨가 당황할 정도로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아드보카트는 "우리가 승점 몇 점을 땄는지 묻고 싶다"고 말문을 연 뒤 "축구를 좀 현실적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고.프랑스전에서 전반 너무 수비적으로 나가지 않았나"는 질문에는 "우리는 절대 수비적으로 하지 않았다. 다만 프랑스의 전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공격수가 수비에 많이 가담해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막바지에 외신 기자들이 "한국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은" "한국에서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같은 칭찬성 질문을 하자 아드보카트는 그제야 얼굴이 밝아졌다. "내가 잘한 면도 있지만 능력있는 스태프들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말한 그는 "우리 팀과 언론의 관계는 매우 좋다. 지금은 모두가 한마음이 돼 같은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아까 내가 질문을 한 기자에게 약간 언짢아했던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승점 5점(1승2무)를 거두고도 탈락한다면 한국에서의 감독직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는 대회가 다 끝난 뒤에 하자. 우리는 스위스를 이길 것이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아드보카트는 한국 감독으로서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르는 스위스전을 앞두고 승리를 향한 강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신의 목표와 구상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얘기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이기기 위해 경기한다'는 소신을 이날 강하게 드러냈다.

레버쿠젠=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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