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지부지 국감결과 처리|고도원<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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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권이 잇단 큰 시국사건에 떠밀려 우왕좌왕하는 사이 국정감사의 결과처리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국회의 시정요구에 대한 각 부처의 보고서가 속속 도착하고 있으나『시정지침을 시달했음』『최선을 다하겠음』따위의 답변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고문혐의+위증고발 됐던 두 경관에 대해서는 검찰이 2개월의 법적 시한 만료일에 이르러서야 기소 중지한 사실을 통보해 왔다.
더구나 위증여부를 판별하는 중요한 물증인 국정감사 속기록은 10개월이 지나도록 배포는 커녕 인쇄작업조차 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야당의원은 특히 허문도·이상재씨의 고발처리 늑장과 검찰의 기소중지사실을 가리켜 『시국이 소란한 틈을 타 검찰이 국회의 뒤통수를 때렸다』고 표현하면서 국회권능의 무력화를 한탄했다.
국정감사 시정요구에 대한 답변시한이 6월20일이므로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데다 고문경관의 기소중지 또한 사건수사의 종결은 아닌 만큼 국회의 무력화를 한탄하기에는 좀 이를는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사례만을 놓고 봐도 국회도, 정부도 국정감사결과를 적당히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넘어가려는 태도가 역력한 것 같다.
특히 위증고발 된 자에 대한 검찰의 처리방식은 국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것 같다. 검찰이 그런 식의 안이한 수사태도, 법적용을 일삼는다면 금년의 국정감사는 하나마나 한 것이 되지 않겠느냐는 자탄마저 나오고 있다.
국회의 최대권능 중 하나가 국정감사이고 그 국정감사의 거의 유일한「무기」가 위증죄인데 그것이 검찰의 안이한 법 집행에 의해 무력화하면 피 감사 대상의 입을 무엇으로 열며 따라서 공직사회의 해묵은 비리는 어떻게 도려낼 수 있겠느냐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고발사건은 2개월 내 종결토록 시한을 박은 법조문이나 국회의 엉성한「정치성」고발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국회가 입법권을 갖고있다고 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 아니며 아무나 출석 요구하는 등 마구잡이 의결을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국회도법자체의 내용이나 국회의결 만능 식의 사고를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 또한 이번 사건처리에서 탈법 의도는 없었는지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하며 이를 적당히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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