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전쟁' 스위스 응원단 '마을버스' 타고 하노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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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그러나 한국 응원단은 숫자 면에서 스위스 응원단에 밀려 고전이 예상된다. 수만 명의 스위스인이 국경을 넘어 하노버로 몰려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스위스와 조별 리그 1차전을 치렀던 프랑스의 장 피에르 에스칼리트 축구협회장은 "응원전에서 프랑스가 스위스에 압도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14일 프랑스전에 2만여 명이 몰렸던 스위스 응원단은 19일 도르트문트에서 벌어진 토고전에는 무려 5만여 명이 입장해 6만5000명 수용 규모의 베스트팔렌 경기장을 붉은 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스위스 관중은 경기 시작 전부터 함성과 함께 물결응원을 펼치며 경기장을 자신들의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어 입을 맞춰 "호프 슈바이츠(HOPP SCHWEIZ.희망 스위스)"라는 구호를 외치며 수건을 펼쳐 올렸다. 한국이 대형 태극기를 사용하는 대신 이들은 각자 스위스 국기를 들고 와서 경기 내내 흔들었다.

스위스 관중이 한 덩어리가 돼 지르는 함성은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의 경기장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토고가 공을 잡거나 불리한 판정이 나오면 어김없이 날카로운 소리의 피리를 불어댔다. 후반 43분 트란퀼로 바르네타의 추가골이 터지자 경기장을 진동하는 함성은 절정을 이뤘다.

한국과 같은 가락의 응원가도 불렀다. '붉은 악마'가 '스탠드 업, 포 더 챔피언(Stand up, for the champion)'의 가락에 맞춰 '한국~'을 외치는 것처럼 이들은 '스탠드 업, 이프 유 아 프롬 스위저랜드(Stand up, if you are from Switzerland)'를 토해냈다. 이번 주말 한 경기장에서 같은 노래가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기 위해 불리게 됐다.

한국 응원단에는 스위스 관중이 독일 월드컵에서 만나는 최대 강적이 아닐 수 없다. '붉은 악마'가 주도한 한국 응원단은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토고 응원단을 완벽하게 제압했고, 프랑스전에서도 조직적 응원으로 다수의 프랑스 응원단을 눌렀다.

도르트문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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