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맛&멋] 전통 지주식 양식장서 햇볕에 말린 명품 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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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서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자라서 맛이 쫄깃하죠. 또 갯병에 강해 유기산이든 무기산이든 전혀 치지 않으니 몸에도 좋고요.”

완도군 윤기제 씨가 지주식 양식장에서 김을 보여주고 있다. 물 밖으로 드러난 발에 까맣게 붙은 게 물김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완도군 윤기제 씨가 지주식 양식장에서 김을 보여주고 있다. 물 밖으로 드러난 발에 까맣게 붙은 게 물김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완도군 고금도 청학동마을 윤기제(60)씨는 “올해 김은 바다 환경의 영향으로 파래가 조금 섞여 있어 맛과 향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전통방법인 지주식으로 김을 양식해 ‘햇살김’이라는 브랜드로 택배 판매만 하고 있다. 입소문으로 인기가 높아져 지난해 설 대목에는 6000속(1속은 100장)가량을 팔았다.

고금도 청학동마을 ‘햇살김’

 대부분의 김 양식은 포자를 붙인 그물을 부표(浮標)에 다는 부류식으로 이뤄진다. 김발이 늘 물속에 잠겨 이물질이 붙거나 갯병이 생기기 쉽고 이를 막기 위해 산(酸)을 뿌려야 하고 김의 맛도 떨어진다.

 윤씨네 마을에서는 얕은 바다 밑에 지주목를 세우고 김발을 설치해 돌에서 자란 돌김을 뜯어다 배양한 포자를 붙여 기른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5년부터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완도에서도 3개 마을에서만 이러한 방식을 계승해 김을 생산하고 있다.

 지주식 방식은 김발이 낮 썰물 때면 물 밖으로 드러나 햇볕에 김이 마른다. 밀물 때는 물속에 잠겼다 밤 썰물 때 노출돼 얼기를 약 40일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건강한 김만 살아남는다. 부류식보다 김이 더디 자라고 수확량이 적다. 김이 윤기는 없고 거칠지만 일반 김에 비해 씹을수록 쫄깃하고 달착지근하며 향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기는 지주식 양식으로 자란 김의 가치와 맛을 인정해 윤씨네 청학동마을과 자매결연을 했고 임직원이 매년 김을 다량 구입하고 있다. 또 일본 NTV가 현장을 취재해 일본 전역에 ‘광합성 작용으로 질기고 맛이 풍부한 한국의 전통 김’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햇살김 가격(택배요금 포함)은 3속 상자 4만3000원, 5속 상자 6만5000원. 조미한 김은 20봉 3만4000원, 30봉 4만9000원이다. 문의 dolkim.co.kr, 061-553-0209, 010-8602-0209.

 중앙일보디자인=송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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