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병 설득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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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부시 대통령은 24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열었다.

부시 대통령은 슈뢰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과거 우리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이제 과거는 접어두고 미래를 논의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슈뢰더 총리도 "미국이 이라크와 관련, 유엔에 제출한 새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 측은 두 사람이 '화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슈뢰더 총리는 독일군의 파병 가능성은 일축했고, 다만 이라크 치안병력 등에 대한 훈련지원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도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새로운 유엔 결의안의 내용을 보고 파병을 결정하겠다"면서 "유엔이나 국제 이슬람 기구의 후원을 받는 이슬람 군이 이라크에 파병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파병 가능성을 밝힌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독일.러시아가 3국 정상회담을 열고 "미국의 입장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합의함에 따라 큰 시름을 덜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이라크의 전후 복구를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 내려는 미국의 노력에 대해 건설적인 방향으로 접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프랑스나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날 열린 부시-시라크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냉랭했던 점을 고려하면 부시 대통령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시 대통령은 26일과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확실한 지지를 끌어낸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독일.러시아의 진짜 속내가 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궁지에 몰린 부시 대통령을 끝까지 몰아세울 경우 역효과를 우려해 양보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미국에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유엔 총회장에서 각국 외교관들은 너나없이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화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유엔 결의안 통과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시간을 질질 끌면 부시 대통령은 더욱 곤란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슈뢰더 총리도 "결의안 통과에 시간적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유엔에서 펼쳐지는 외교전과는 별도로 미 의회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지원자금 8백70억달러(약 1백조원)를 놓고 민주당의 총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민들의 안보를 위해선 8백70억달러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해 민주당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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