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후반 투입 적중 측면 살아나 동점 성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걱정했던 초반에 점수를 내주며 끌려가다 끝내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키지 못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프랑스의 초반 공세를 막기 위해 다양한 포석을 준비했다. 하지만 전반 15분을 견뎌내지 못했다.

예상했던 대로 프랑스의 공세는 거셌다. 우리로서는 수비에 치중하더라도 상대 공격수를 조여 괴롭혀 줘야 했는데 프랑스의 기세에 눌리고 말았다.

경기 초반 위협적인 역습을 몇 차례 만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상대 수비라인을 뒤로 물리는 공세를 취하지 못한 게 열세의 이유였다. 첫 실점은 누구를 탓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윌토르의 슈팅이 김남일의 발에 맞고 앙리의 발 앞으로 간 것은 프랑스의 행운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첫 실점 이후에도 밸런스를 잃지 않고 프랑스의 공세를 막아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원톱 조재진으로 하여금 프랑스 수비라인의 힘을 빼놓은 뒤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뜻이었으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아쉬운 것은 4-3-3 시스템이 효율적이려면 측면 공격의 다양한 패턴을 준비해 둬야 했다는 것이다. 가운데 몰려 있다가도 한번에 퍼져 나가려면 중앙과 측면 선수들이 수시로 교대하며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포지션만 지키니 프랑스 수비라인이 흔들릴 리가 없었다. 수적으로 불리하면 반대로 빠르게 볼의 방향을 바꾸는 크로스오버가 필요했지만 줄 데가 없는 무의미한 패스가 많았다.

프랑스는 지단이 가까운 골문 쪽으로 유인한 뒤 먼 쪽 골대를 향하는 공격 패턴을 주로 사용했다. 이 패턴을 한국 수비수들이 간파하자 반대로 역이용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지단의 코너킥을 간신히 막아낸 장면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후반에 설기현과 안정환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오른쪽 윙포워드이던 박지성을 중앙으로 돌리고 설기현을 그 자리에 투입했다. 전반 3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을 일자로 세워 수비에 주력하던 한국은 박지성이 중앙으로 투입되면서 정삼각형 형태를 취하며 공세적 전형으로 나섰다. 그것이 적중했다. 설기현이 오른쪽 사이드를 돌파한 뒤 크로스해 조재진의 헤딩을 받은 박지성이 슛, 귀중한 동점골을 끌어냈다.

라이프치히=김호 해설위원 <전 월드컵 대표 감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