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난 날로 심각| "부도직전" 대기업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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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의 통화 긴축으로 시중자금 사정이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까지 결제에 돌아오는 어음을 마감 시간까지 막지 못하는 「부도직전」 사태가 속출하고 있고 4대그룹에 속하는 기업들마저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사태를 빚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원화절상·임금인상·원자재값 상승 등「3고」외에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기업들은 최근 극심한 자금난까지 겹쳐「5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일 거래은행으로부터 긴급자금 (일시대) 을 지원 받아 간신히 부도를 면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국내 4대그룹 중의 하나인 A그룹은 어음 결제부족 자금이 1천5백억원에 달해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매일 긴급자금 지원을 받아 부도위기를 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금사정이 비교적 좋은 것으로 알려진 B그룹도 이달 들어 2백 억원의 은행 긴급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사정이 이처럼 악화되자 국내 수출기업의 대명사이며 최우량 기업중 하나인 C사가 28일 관리직사원들의 이번달 급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고 또다른 우량기업인 D사도 지난달 급료를 월급날인 28일 지급하지 못하고 13일이나 뒤늦게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E그룹의 한 자금관계자는 『자금업무를 맡은 이래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다』며 『부족자금을 메우기 위해 30%의 이자를 줘도 사채를 구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기업들이 연초에 세웠던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고 이에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투자계획 자체를 수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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