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었지만 국민의 알 권리 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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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악법으로 지목돼 온 군사기밀보호법의 개정은 때늦은 것이고 미흡한 점이 많지만 개정노력 그 자체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고있다.
유신직후인 72년 12월 비상국무회의에서 무수정 확정된 전문19조의 현행 군기법은 그 동안 국방에 관한 모든 보도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군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크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신문·잡지·방송 등을 통해 기밀 (실제는 일반이 공지하는 내용까지도)을 공개했을 경우 가중 처벌토록 규정, 결국 군 내부의 부정·비리의 전파를 막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방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지금까지 하사관 이상이면 누구든 비밀로 지정할 수 있던 것을 엄격히 제한, 대통령·합참의장·각 군 참모총장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대·부서의 장만이 비밀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군사비밀로 분류됐던 사항이 비밀로 계속 보호할 필요가 없을 경우는 지체없이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군사비밀로 결정된 사항이라도 공개할 필요가 있을 때는 국방부차관이 위원장이 되는 공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공개토록 했다.
이밖에 비밀누설에 따른 형량을 2분의1정도로 완화했으며 출판물 등에 관한 가중처벌조항을 비롯, 과실누설미수범·예비음모에 관한 처벌조항을 삭제한 것 등도 이 법개정의 특색이다.
이처럼 비밀분류권자를 제한하고 필요시 공개토록 하고있는 것 등은 전향적 자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문제는 많다.
비밀로 보호할 필요가 없을 경우 지체없이 해제해야하고 심사위를 거쳐 공개할 수 있다고 하고있지만 관계자들의 자의적 판단여지가 크고 군 관계자들의 의식수준이 과연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느냐는 것이다.
군 입장에서 등급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그리고 국가의 기본전략측면에서 비밀의 중요성과 가치가 매겨지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만약 군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비밀등급이 매겨질 경우 또다시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확정될 경우 국방부에 설치될 「군사비밀공개심사위」의 구성은 이점을 감안, 민간인의 참여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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