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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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화가 발달하면 할수록, 경제가 윤택해지면 해질수록 성도덕도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
「프로이트」는 1세기 전에『과거는 남성의 성 우위시대였지만 지금은 여성의 성우위 시대로 문화 현상이 바뀌고 있다』고 설파했다. 여성의 상품화를 경고한 말이다.
이같이 성도덕의 구질서가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은「킨제이」박사를 비롯한 많은 성과학자들의 통계 숫자에 의해서도 이미 밝혀졌다.
종래의 성도덕을 대신하는 것이 오늘날에 있어서는 성 과학이다. 따라서 성 과학은 성의 순결을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성이 인생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는가 하는 문제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는 전통적 가치인 성도덕이 무너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성 과학마저 제대로 인식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에로티시즘 문화가 너무 범람하고 있다. 출판이 그렇고, 영화가 그렇고, 비디오 또한 그렇다.
그래서 안방에도, 교실에도 온통 퇴폐문화, 외설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서·잡지·주간신문 윤리 위원회에서「주의」「경고」「게재중지」등의 조치를 받은 사례를 보면 도서가 5백91건으로 87년의 3백11건에 비해 무려 90%나 증가했다.
영화는 작년에 제작된 국산영화 60여편 중 과반수가 에로물이다. 여기에 외국 영화까지 보태면 그 수는 엄청나다. 그러나 이런 도서나 영화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 안방 깊숙히 침투한 비디오다.
작년 한햇동안 국내에 유통된 불법 음란·퇴폐 비디오는 무려 3백50만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러한 비디오가 중고생은 물론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드나드는 학교 주위의 만화가게에서 버젓이 상영되고 있다.
도서나 영화나 비디오는 스스로 안보면 그만이지만 거리에 덕지덕지 나붙은 음란광고물은 피하려야 피할 수도 없다.
검찰은 최근 영화 광고업자와 제작자·감독 등 40여명을 구속 또는 입건했다. 늦은 감은 있으나 모두의 이맛살을 다소나마 펴게 하는 조치임에 틀림없다.
사회의 민주화와 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이들 저질·퇴폐문화의 생산자는 어떠한 규탄을 받아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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