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통화정책에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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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에 대해 잇따라 거침없는 소신을 밝히고 있다.

12일 한은 창립 56주년 기념사에서 물가에 연연하지 않는 금리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저(低)인플레이션하에서의 통화정책'이라는 주제로 16일 열리는 한은 국제회의에선 저금리가 부동산시장 과열의 원인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이 총재는 미리 배포된 인사말을 통해 "저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가계의 금융회사 차입이 급증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이는 지금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는 2001년 초부터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크게 낮추면서 시작됐다"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유동성이 과다 공급돼 자산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저물가 현상이 일어나면서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다 보면 전체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물가의 배경으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의 시장이 계속 통합되고 생산성이 향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저인플레이션하에서는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능력이 제약될 수 있다"며 "명목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경기침체기에 중앙은행이 금리정책 수단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한은 창립 56주년 기념사에서 "세계적으로 저물가 현상이 자리 잡아감에 따라 종래의 시각으로 물가안정 문제에 접근하면 자칫 유동성의 과잉공급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저금리의 폐해를 지적했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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