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만 채운 민주당직 개편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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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김영삼 총재는 동해시 재선거 후보 매수 파동으로 빚어진 당직 일괄사표를 탈당한 서석재 전 사무총장의 보임선에서 매듭지어 결국「모험」쪽을 피했다.
김 총재는 당직개편과 관련해 총장 보임으로 끝내자는 중진 측과 전면개편으로 당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소장의원들의 건의를 놓고 잠시 부심했으나 일단 빈 사무총장의 자리메꿈 수준에서 멈추었다.
한꺼번에 갈아 치는 순서 오는 부담이 그로 하여금「안정」쪽의 응급처방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당내 문제에 발이 묶이다가는 타격 받은 정국 주도권 경쟁에서 뒤진다는 대외적 고려도 조기 소폭 쪽으로 기울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한자리 채우기로 구도가 짜여진 만큼 3선 이상 급이 인선대상이 됐고 당직과 국회 상임위원강직에서 빠졌던 김정수 의원으로 낙착된 것이다.
당직의 소폭개편은 동해 후보 매수 추문의 수술 주기단계에서부터 대세였다. 소장 측 일각에서 한때 기세 있게 제기된 전면 쇄신론은 대외적 이미지 회복보다 집안 단속이 우선돼야 한다는 분위기에 맥을 못춘 셈이 됐다.
당직자 전원이 일괄사표를 받았을 때 김 총재의 구상은 ▲사무총장 자리만의 채움 ▲여기에다 당3역 일부를 낀 증폭 ▲당3역 모두를 바꾸는 대폭개편의 3가지 방향에서 맴돌았다. 이중 전면개편을 할 경우, 예상치 못할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이 우선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이번의 매수사태로 드러난 취약한 위계질서를 더욱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결국 당내의 외계질서를 깨지 않고 당직 개편의 파문을 극소화하면서 친위 정치의 비난에서도 벗어나는 나름대로의 고심작을 내놓은 셈이 됐다.
그러나 전면 쇄신을 주장했던 민주 연구모임 등 소장 층 일부는 땜질 인사라면서 과감한 체질개선을 단행치 못한 김 총재의 지도력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로써 동해 매수추문은 외형적인 매듭이 지어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 과정에서 민주당은 이미지 실추에 못지 않게 당 지도노선에 회의적 입장을 표명한 소장 층의 조직적 움직임이 표출되는 등 김 총재에게 여러 과제를 던졌다. 중진의원과 소장 층의 대립, 소장 그룹인 민주 동우회와 민주 연구모임의 대립, 친위 정치의 문제점 등은 계속 내연상태로 남을 것으로 보여 김 총재가 이같은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타개하면서 정국 주도권 경쟁에 나설지 주목된다. <박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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