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등 연대 투쟁…분규 새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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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럭키금성그룹이 계열사 동시파업으로 현대·대우그룹에 이어 분규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창원공단내 럭키금성그룹 주력기업인 금성사 제1공장에서 11일부터 시작된 파업 회오리는 금성산전(주)과 금성자판기(주)파업에 이어 18일까지 금성사 4개사업장과 그룹계열 6개사 등 모두 10개 사업장에 동시파업으로 번져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파업중인 계열사는 ▲금성사 4개 공장과 ▲금성산전 ▲금성전선 ▲금성자판기 ▲금성반도체 ▲금성통신 ▲금성부품이며 금성기전과 금성계전은 15일 분규가 타결됐다.
특히 이번 사태는 종전 단위사업장별이 아닌 전국 각 사업장에서 동시파업을 함으로써 파업효과의 극대화를 노려 대기업 노사분규의 새로운 양상으로 주목되고 있다.

<경위>
금성계열사의 동시파업은 ▲임금협상시기가 같은데다 ▲주 44시간근무 ▲퇴직금누진제 ▲제수당 ▲상여금지급 등 노사간 단체협약안의 공통이해에서 이루어졌다.
그룹계열사 파업의 도화선이 된 금성사노조 (조합원 2만5천명)는 당초 33%의 임금인상안을 마련했으나 산하 7개지부에서 내놓은 인상요구안이 ▲창원1공장은 일당기준 4천36원 ▲창원2공장은 정액 3천4백원 ▲구미지부 51.2% ▲평택지부 38%등으로 엇갈렸다.
반면 서울구로와 청주·김해지부는 본부조합 의장단의 안을 따르겠다고 밝혀 3월17일 열린 중앙위에서 토론을 거친 투표결과 올해 임금인상목표를 52.33%로 결정했다.
노조측은 인상요구액 상향조정과 관련, 강영섭위원장 등 의장단10명이 사퇴하자 3월22일 수습대책위를 열고 정의술씨(46)를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출, 노사협상을 진행했다.
3월29일 1차협상에 이어 3차례협상에서 회사측이 최종 19%인상안을 제시하자 노조측은 6일 중앙노동위에 쟁의발생신고를 하고 1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17일부터 파업을 결의했다.
전면파업에 앞서 14일 서울 강서빌딩 본부노조에서 가진 4차협상에서 회사측은 ▲기본급 22% (호봉승급포함) ▲근속수당인상 및 직급수당확대 2% ▲구정상여금 50%신설 (12.6%) 등 모두 36.6%의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측의 기본급 52.33%인상요구와 차이가 너무 커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금성사 창원1공장은 1일 창원시에 독자적으로 쟁의신고를 내고 11일 파업에 돌입, 전면파업에 불을 댕겼다.
이밖에 금성산전도 노조측이 임금 34.6%인상을 요구한 데 비해 회사측은 18.8%인상안으로 맞서 11일부터 파업 중이고 금성자판기도 노조측의 48.2% 인상 요구에 회사측은 19%로 팽팽한 대립을 보여 12일부터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점>
금성사 근로자들의 평균초임은 일당 6천4백7O원으로 노조측의 52.33%인상요구는 금액으로는 남자 3천3백29원, 여자 2천1백98원.
노조측은 기본급 외 상여금·수당 등은 7월로 예정된 단체협상에서 다룰 계획이어서 사실상 7O%이상의 인상효과를 노리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기본급·호봉승급·근속수당·상여금 인상분 등을 모두 합쳐 36.6%를 제시,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은 현재 타결된 면방업계 17%, 포항제철20.7%, 대우정밀 15.6%와 타결업체 평균인상률 15.87%에 비해 인상금액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52.33%가 인상돼도 다른 동종 대기업 임금수준에 비해 1년정도 뒤진다는 주장.
노조측은 금성사 창원2공장의 경우 근로자의 75%가 1년내의 근로자로 주4O시간의 잔업을 해도 22만9천원의 임금수준밖에 안 돼 창원공단내 1년경력근로자 평균 임금 28만원선에 비해 6만원이 적다는 것이다.

<전망>
산하 계열회사 근로자들의 동시 파업으로 비상사태에 돌입한 럭키금성그룹은 그룹본부 차원의 대책상황실을 설치, 임금 및 단체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계열회사별로 노조가 설립돼 있어 전체를 얽는 구심점이 약한데다 금성사의 경우 전국 7개사업장이 작업환경과 노사관계 등에 견해차를 보여 일괄타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측은 전면파업이라 할 지라도 협상은 어차피 계열사별로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력기업인 금성사의 경우 노조측이 쟁점인 임금인상부문을 단체협약안과 분리함으로써 이번 임금인상이 타결돼도 단체협상 과정에서 상여금 및 수당 인상 등으로 또 다시 진통이 예상된다.
이밖에 금성정밀·한국광업제련·금성알프스 등 그룹계열회사들이 2차로 파업에 가담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분규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룹측은 임금인상부담에다 파업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금성사계열 6백4O여개 협력업체 가운데 오성사 (종업원 5백30명) 등 25개업체가 이미 무기휴업에 들어갔고 그 밖의 업체들도 조업단축으로 도산위기에 몰리는 등 파문이 연쇄 확산돼 국내 산업경기에 주름살이 커질 전망이다. <창원=허상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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