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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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격동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고교생들은 자신이 받고 있는 학교 교육과 사회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을까.
16일 오후 2시 연세대 대강당에서 「고등학생 기독총연맹」 주최로 열린 「4·19 기념 고등학생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경연 대회」에 참석한 4백여명의 고교생들에게서 어렴풋이나마 그 해답이 드러나고 있었다.
『맨날 맞고만 있진 않지. 항상 눌려 있지도 않아. 늘 벌을 서면서도 뒤돌아서 선 주먹을 쥔다.… 다함께 전진 삼각 함수는 빙글빙글 돌고 새롭게 솟는 배움터 속엔 자주 민주 통일 교육 그 외침만 드높네.』
이날 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노가바」를 통해 입시·체벌·교과 내용 등 직접 접하는 학교 교육 전반에 걸쳐 강한 의문을 제기해 나갔다.
『극소수의 좌경 용공으로 보도하지 말라』는 「사전 경고」까지 한 뒤 거침없이 현 교육의 「모순」을 주장하는 한 앳된 여고생. 『「고3 1년은 죽어 지내라」는데 인생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어떻게 공부만 하며 죽어 지낼 수 있습니까.』
다른 남학생의 주장은 이들의 관심이 사회·정치적 문제로까지 확대돼 나가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외국 세계사 교과서에도 몇장에 걸쳐 나온다는 그 4·19가 우리가 배우는 국사책엔 1장의 분량도 안됩니다.』 『공화국이 바뀔 때마다 사회 교과서 내용이 바뀌는데 그걸 뭣하러 암기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인」 「심리적 이유기」로만 여겨져 온 우리의 고교생들은 5공 비리·청문회 등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깨닫고 교육의 「주변인」이 아닌 「주체」로 민주 교육을 달성해 나가겠다고 나서고 있었다.
『학생들의 의식 수준이 날로 높아 가면서 때론 두려울 정도로 수업 내용과 학교 제도까지 반박하고 나서 이에 대한 인식과 시급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한 교외 지도 교사의 말은 경연에서 꼴찌에게 문교부 장관상이 돌아가는 결과와 겹쳐 고교생 의식화를 다시금 우리 교육의 절실한 문제로 생각게 하고 있었다.<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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