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자동차 엔진연 「리스트」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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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 자동차 업계는 환경 공해와 자원의 경제적 활용이라는 문제에 부닥쳐 있습니다. AVL(리스트 엔진 개발 연구소)은 연료의 경제성, 높은 내구력, 미세한 소음과 극소화한 배기 가스 방출을 목표로 엔진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국제적으로 정평 있는 엔진 개발 연구 기관이며 엔진 테스트 설비와 장비 생산 업체인 오스트리아 AVL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한스·리스트」 박사(93)가 내한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나이도 잊은 듯 엔진 개발 연구의 현역임을 자처하는 그의 방한 목적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한국 자동차 업계를 둘러보고 이곳 생산 책임자들과 함께 새로운 엔진 경향과 개발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48년 AVL을 창립한 「리스트」 박사는 오스트리아 그라즈대 교수와 중국 강소생 퉁치대학(오송 소재) 엔진 실험 연구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디젤 엔진 컨트롤」 등의 논문과 많은 저서를 냈다.
『그 동안 디젤·가솔린·가스 엔진 등 3분야에 걸쳐 4백 종류의 엔진을 디자인하고 개발했으며 현재 50개국의 주요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엔진의 개발을 의뢰해 오고 있어 이들의 요구에 맞는 엔진을 디자인해 주고 있지요.』 70명의 박사 인력을 포함한 4백여명의 엔지니어 등 1천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AVL은 미국·영국·이탈리아 등 12개국에 지점을 두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의 엔진이 어떠냐는 질문에 『괜찮은 편』이라고 응답한 그는 자신들과의 기술 제휴를 은근히 희망했다.
엔진 성능 테스트 설비와 장비도 생산하고 있는 AVL은 『실린더 안의 기류·열역학과 기체 교환 과정 등을 컨트롤 하는 자체 컴퓨터 프로그램과 엔진 부품의 강도·소음·진동을 분석하는 최신 계측 방법을 개발해 냈다』고 자랑한다.
『56년에 한국에 와서 한국 기계와의 계약을 통해 한국 디젤 엔진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지요. 33년만에 찾은 한국이 엄청나게 변한 데 놀랐어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일속에 파묻혀 사는 것이 나의 늙음을 가로막았다』는 「리스트」 박사는 아침마다 수영으로 체력을 단련하며 적게 먹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번에는 AVL의 사장인 막내아들 「헬무트·리스트」씨(47)와 함께왔다.<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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