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우리나라가 독일월드컵 축구 토고전에서 승리한 것과 관련, 토고측의 ‘지도부 분열’과 ‘허풍’을 토고의 패배 요인으로 지적하며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새삼 부각시켜 눈길을 끌었다.
또 열린우리당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6월 정국'이 월드컵 후폭풍의 영향권안에 놓여 있음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14일 “오늘은 월드컵 논평 하나만 하겠다”고 운을 뗀 뒤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두 번 울려 퍼지고, 토고 국가가 한번 연주된 것을 보고 한나라당은 이미 2대 1승리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해학’풍의 예사롭지 않은 논평을 시작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김남일 선수가 ‘진공청소기’로 불리우는 것을 빗대 “가세하더니 대충 중원을 청소하고”라고 표현하고, 박지성 선수의 이름을 빌려와 “몸을 날린 활약은 정말로 지성이면 감천이었다”고 설명하는 등 ‘재치’를 발휘했다.
이 대변인은 또 “태극전사들의 어젯밤 승리는 국민에게 큰 기쁨과 환희를 안겨 주었고 시름을 잊게 한 만병통치약이었다” “우리는 어젯밤 하나가 되었다”는 등 전날 밤 토고전 승리의 기쁨을 한껏 되새겼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정당 대변인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자신의 숙명을 반영하듯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 마침내 ‘정치적 속내’를 드러냈다.
이 대변인은 “승리는 그만큼 땀 흘렸고, 그만큼 고심했고, 그만큼 자기를 변화 시킨 자의 몫이다. 승리는 결코 행운도 반사이익도 아닌 쟁취의 산물”이라며 “지도부가 분열하고 입으로만 큰 소리 치던 토고는 자중지란으로 자멸한 것이다. 축구는 발로 하는 것이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언급, 간접적이나마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압승-열린당 참패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마침,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 대변인의 이같은 논평을 뒷받침하듯 이날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선수들 너무나 잘 싸워줬다. 토고를 보니 지도부가 흔들리면 힘을 못 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고 말했다. 【서울=데일리안/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