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타」에도 못 가는 정치-이수근 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해시 국회의원 재선거는 당초 우려해 마지않던 갖가지 사태를 야기해 정치권에 또 다른 부신의 씨를 남기면서 14일 투표에 들어갔다.
재 재선거의 실시가 거의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동해시 선거를 보면서 우리는 정치가 이 나라의 안정과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요인이라는 지적이 결코 과장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정치인의 의식구조가 여전히 50, 60년대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돼 분노를 금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우리 선거는 여야 모두가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탈법·타락선거 운동을 해서라도 당선만 되면 된다는 기본 인식에서 치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선거법이 사문화되다시피 했고 선거만 끝나면 집권자와 각 정당간의 편의와 야합에 따라 각종 불법이 적당히 처리됐던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동해시 재선거의 후보자 매수사건도 시대가 변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인지·인식 못한 정치인들이 과거 형태의 관성적 차원에서 저지른 전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어느 당이고 하지 않은 정당이 없다해도 좋을 만큼 선거운동 과정에서 흔히 일어났던 행대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에 용인됐다고 해서 오늘에도 적당히 넘어갈 수도, 넘어가서도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 매수사건은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겠지만 증거와 정황 설명으로 거의 혐의가 굳어진 민주당이이 사건을「정치음모」라고 되받아 치는 행위나 이 사건의 배후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석재 민주당 사무총장이 타당들의「공작」이라고 발뺌하는 작태에는 어안이 벙벙해 진다.
과거 야당이 독재 투쟁을 할 때는 이런 사건이 나도「정권의 음모니 공작」이라고 하면 국민들이 알게 모르게 속아넘어갔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런 말로 국면을 모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은「상대방의 공작」으로 몰아붙여 곤경을 벗어나려는 잔꾀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 사태를 겸허하게 반성, 시인·사과하고 관계자를 문책해 거듭 태어나는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 전체도 다른 분야의 발전속도에 최소한 발이라도 맞추는 의식과 발상의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 정치가 포니 차 수준에도 못 미쳐야 하는지 국민들은 정말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