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첩보문건 속 박용호 前창조경제센터장 "뒷조사 직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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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발표한 '청와대 특별감찰반 첩보 이첩 목록'. 박용호 전 센터장은 3번 목록에 등장한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발표한 '청와대 특별감찰반 첩보 이첩 목록'. 박용호 전 센터장은 3번 목록에 등장한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청와대의 ‘특별감찰반 첩보 이첩목록’에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박용호 비리 첩보’(7월 24일 대검찰청 이첩)가 있다. 한국당 진상조사단은 23일 “청와대 특감반이 민간인 신분인 박 전 센터장을 사찰했다. 이 사실은 민정수석실 윗선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친다'는 주변 경고에도 재공모 접수 #대검 이첩시기, 센터장 임기종료 겹쳐

당사자인 박 전 센터장은 이날 본지에 “사찰 때문에 일자리까지 잃었다. 피해가 막심하지만, 다른 지역 센터장을 지낸 일부는 ‘희생양이니 받아들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센터장 때 도왔던 20대 창업자 중 일부가 관련 소식을 접하고선 ‘이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며 위로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전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사찰받는다는 느낌이 있었나
임기가 지난해 7월 31일까지였다. 센터장에 재공모하려 했는데 주변에 ‘당신은 전 정부 사람이니 안 뽑을 거다. 다친다’고 경고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민간인 출신인데 설마 그럴 일 있겠나’ 싶어 재공모했다.
문건을 보면 그때(7월24일) 이첩된 것으로 나온다
8~9월 경이었던 것 같다. 중기벤처부 산하 창업진흥원 A 부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검찰인지 감찰인지 어디선가 요구해 센터 관련 서류를 넘겼다. 괜찮으냐’고 묻더라.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걱정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공모에서 빠지라는 뉘앙스였다. 그때 '내 뒷조사를 하고 있구나' 느꼈다.
‘찍어내기’용 사찰이었다는 건가
센터장은 공모를 낸 뒤 이사회에서 서류·면접심사를 통해 뽑는다. 한 민간인 이사가 ‘당신이 최고 점수인데 정부 측 이사가 계속 반대한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뒤에 자세히 얘기하겠다’고 그러더라. 면접 일정을 계속 연기하더라.
첩보가 이첩된 게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내가 심사하는 게 아니니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창업진흥원은 (검찰에) 자료를 넘겨준 당사자니 당연히 알았을 것이고, 상위기관인 중기벤처부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민간 심사위원들도 알지 않았겠나.

박 전 센터장은 “6개월 동안 직장도 못 구하고 허송세월했다. 지금은 고향인 파주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한국당 파주시장 예비후보로 나섰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소송 등 추가대응 여부에 대해 박 전 센터장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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